번째

게재일자 : 1996년05월23일

`북과 장구를 동시에 쳐대는 소년 이종범.' 해태 `바람의 아들' 이종
범이 김응룡감독의 필승결의에 따라 이날 9회초 삼성 대타 동봉철 타석때 포수 마스크를 쓰는 `대이변'이 발생. 투수는 네번 째로 새로 등판한 이대진. `돌아온 방위'가 난생 처음 배터리로 나섰으니 광 주구장은 금세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어쩌다 이같은 사건이 벌어졌을까.사연은 이렇다.해태가 5-4로 지던 8회 2 사 2,3루.삼성 투수는 8회 등판한 우완 에이스 김상엽. 김감독은 8번 포수 권오성 타석에 대타로 좌타자 장성호를 냈다. 김상엽을 두들기겠다는 뜻. 삼성 백인천 감독에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김감독의 회심의 카드였다.그러나 장성호는 포볼로 걸어나갔다.만루. 9번 김종국이 삼 진아웃,추가 득점은 무산됐다. 문제는 9회초 수비때 벌어졌다.김감독은 7회말 공격에서 선발 포수 8번 최 해식을 대타 이민호로 바꾼데 이어 8회초 수비땐 고졸 포수 권오성을 기용했 다. 여기에 좌타자 장성호를 썼으니 과연 누구를 포수로 써야 하는가.김감독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때 2루 송구능력과 판단력,18개월간 투수 이대진과 ` 짬밥'을 같이 먹은 이종범을 조용히 불러 `캐처 마스크'를 씌웠다. 만능선수의 진가가 드러났다.이종범은 3회 1사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린 데 에 이어 9회말 선두로 나서 좌중월 동점 홈런을 또 때려냈다.연장전 돌입. 연장 10회.배터리 코치 장채근코치의 `지령'을 받은 `포수' 이종범이 삼성 의 선두타자 김재걸이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최익성 타석때 2루를 훔치려 들 자 이대진의 볼을 받자마자 그대로 2루수 우승진에 강속구로 송구,아웃을 잡 아냈다. 기성포수들이여,각성하라. 광주구장의 야구팬들은 9회부터 `포수' 이종범의 일거수일투족에 환성을 질렀다.진짜 스타는 무릎을 꿇고 얼굴을 가려도(?) 관중들을 흥분시킬 줄 안 다.









2번째..


1996년 8월 23일. 당시 타이거즈는 2위에 5.5게임을 앞선채 선두를 질주하고 있었다. 시즌 초반 꼴지를 달리기도 했던 타이거즈가 야구천재 '이종범'과 에이스 '이대진'이 방위복무에서 돌아온 후 승승장구.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날 타이거즈는 대전에서 2위인 한화와의 3연전 중 첫 경기를 치뤘다. 한화로써는 이번 타이거즈와의 3연전을 통해 게임차를 최대한 줄여 선두추격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화의 이러한 바램은 야구천재 '이종범'에 의해 여지없이 깨졌다. 타이거즈는 8회를 지다가 마지막 1회를 이기며 게임을 승리로 이끌었고, 기세를 몰아 두 번째경기도 승리하며 사실상 시즌 우승을 굳힌다.

당시 꼭 이겨야 했던 한화는 초반부터 사력을 다한다. 결국 1회부터 찬스를 맞이한다. 1사에 2, 3루의 찬스를 맞이했고, 이어 나온 4번타자 장종훈이 싹쓸이 2타점 2루타를 날리며 2-0으로 앞서나갔다. 한화는 4회에도 1점을 추가했고, 8회에도 1점을 보태며 4-0으로 리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다. 반면 타이거즈는 한화선발 '송진우'를 공략하지 못한 채, 이렇다할 득점기회조차 만들지 못한다. 결국 시종 무기력한 모습만을 선보이다 0-4로 뒤진채 9회초 마지막 공격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9회들어 그동안 호투하던 한화선발 '송진우'는 체력이 떨어진 듯, 볼넷2개를 내주었고 계속된 1사 1, 2루에서 7번타자 박재용에게 중전안타를 허용. 만루의 위기를 맞는다. 이어 밀어내기 볼넷으로 4-1로 추격당하자 한화벤취는 에이스 정민철을 마무리로 투입하는 초강수를 둔다. 정민철은 나오자마자 9번타자를 삼진으로 처리. 일단 급한 불을 끄며 2사 만루의 상황을 만든다.

다음타자는 '야구천재' 이종범. 홈런한방이면 역전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야구는 9회 투아웃부터라고 했겠다. 이종범은 이러한 야구계의 통설을 입증이라도 하듯,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공은 힘차게 뻗어나갔고, 결국 외야 우측 스탠드에 꽂혔다. 극적인 역전 만루홈런이 터진 것이었다. 순식간에 경기가 5-4로 뒤집혔다. 한화로써는 망연자실.

결국 타이거즈는 9회말 한화의 마지막 공격을 잘 막으며 5-4로 승리했고, 한화로써는 다잡은 경기를 놓치며 쌍방울과 현대에 이어 4위로 추락한다. 다음날 경기에서도 한화는 이날의 패배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무기력한 모습으로 패하며 추락의 모습을 보였고, 타이거즈는 시즌우승을 사실상 예약한다.

이날 경기는 너무나 극적인 한편의 드라마였다. 주연은 이종범이었고 조연은 정민철이었다. 특히 이종범은 타석에서 역전 만루홈런을 날렸을 뿐아니라, 9회 수비에서는 엔트리의 포수가 바닥난 상황이라 포수마스크를 쓰고 수비에 임하는 등 야구천재다운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날의 경기는 10승투수와도 안 바꾼다는 천재 '이종범'의 진가가 발휘된 한판 이었다.

Posted by [cz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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